설립선언 핵폐절(核廃絶)과 세계평화를 위하여 교토조형예술대학(京都造形芸術大学)도호쿠예술공과대학 이사장(東北芸術工科大学)도쿠야마 쇼쵸쿠(德山詳直) 문명철학연구소 설립 선언문‘예술입국(藝術立国)’을 건학 이념으로 삼고 평화를 희구(希求)해 온 우리 대학은 인류존망(人類存亡)의 기로(岐路)에 선 지금, 인간의 양심을 기조(基調)로 한 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목표로 문명철학연구소 설립을 결의하였다.

우주의 신비로움에 머리를 조아려라 지구의 위대함에 경외심을 품어라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문명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인류사는 문명의 흥망성쇠의 역사였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여러 문명이 생성되어 극히 융성하고 쇠퇴하여 멸망하기를 되풀이한 끝에 오늘날의 현대문명에 이르렀다.
─어떠한 문명에 있어서도 멸망의 기본적인 원인은 사회 내부의 붕괴이며, 외부의 침략만으로 붕괴된 문명은 본질적으로 단 하나도 없다─ 여러 문명의 흥망성쇠에 관해서 상세히 연구한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교훈으로서 이와 같이 갈파(喝破)했다. 어떠한 문명도 언젠가는 붕괴된다.폐허가 되고 사막화된 과거 문명의 흔적은 영원불멸의 문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유사(有史) 이래 인류는 생(生)을 향한 스스로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줄곧 편리함과 효율을 좇아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빼앗고 지구를 파괴하였으며, 어느 사이엔가 그것이 문명이라고 믿게 되었다.

인류사를 통하여 오늘날만큼 많은 인간이 이처럼 풍족한 삶을 영위한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만큼 많은 인간이 지옥의 괴로움에 허덕이는 시대도 없었다. 빈곤으로 괴로워하 10 억이 넘는 사람들, 기아로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살육, 지구상의 생물종(生物種)을 시시각각 절멸(絶滅)로 내모는 자연파괴.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문명이 탄생시킨 최대의 악마인 핵(核).  이 핵(核)이야말로 문명 최대의 모순이다. 현대문명의 기축(基軸)을 이루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소산이면서 그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제어 불가능한 핵. 그것의 폐절(廢絶) 없이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문명의 어둠과 빛. 인류가 1 만년에 걸쳐 도달한 그 모습을 돌이켜 보았을 때, 문명이란 선(善)이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악(惡)이었을까.
행복과 평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욕망에 휘둘리는 숙명을 짊어진 인간. 미(美)와 진실을 동경하면서도 자기보존(自己保存)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을 말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간. 선(善)과 악(惡)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 우리들은 이러한 인간존재의 모순을 직시하고 자기중심적인 욕망이나 오만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이란 무엇인가─이러한 근원적인 물음 아래 지금 우리들은 새로운 투쟁을 시작한다. 인류존망(人類存亡)의 기로(岐路)에 선 지금,욕망에 지배당한 문명의 조류(潮流)를 끊어내고 새로운 문명 창조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투쟁의 무기는 인간의 양심이다. 문명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인간에게만 주어진 양심의 부활,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문명철학의 출발점인 것이다.
지금 여기에 문명철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아시아 전역의 뜻있는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평화를 희구(希求)하는 전세계의 사람들과 굳게 연대하여 인간의 양심을 기조(基調)로 한 새로운 문명 창조에 앞장설 것을 맹세한다.2012 년 10 월

Institute of Philosophy and Human Values